[블록미디어 양원모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 후반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온체인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핵심 수요 지표인 활성 주소 수가 최근 8개월 사이 3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2018년과 2022년 대폭락장 직전에 나타났던 ‘가짜 반등(Bull Trap)’ 구간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활성 주소 93만→65만 개로 급감… “시장 참여자 씨가 마른다”
온체인 분석가 카르멜로 알레만(Carmelo Aleman)이 27일 크립토퀀트에 기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활성 주소 수는 지난해 8월 약 93만 8600개에서 올해 3월 25일 기준 약 65만 5900개로 30.12% 감소했다. 활성 주소는 네트워크에서 실제 자금을 주고받은 고유 주소 수로, 시장의 ‘실질 수요’를 측정하는 핵심 잣대다.
단순 수치뿐만 아니라 추세를 보여주는 이동평균선도 일제히 하방을 가리키고 있다. 7일 이동평균은 21.14%, 30일 이동평균은 14.44% 각각 줄어들었다.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네트워크 내부의 자금 순환과 거래 참여는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2018·2022년의 악몽… 가격-지표 ‘디커플링’의 결말은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과거의 사례 때문이다. 2018년과 2022년 하락장 당시에도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했지만, 활성 주소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수요 절벽’ 신호를 보냈다. 결국 시장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승은 오래가지 못했고, 이후 가격은 더 깊은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현재 상황도 이와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이 둔화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활동까지 위축되면서 시장이 ‘유동성 가뭄’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알레만 분석가는 “네트워크 활동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가격 상승은 취약한 기반 위에 놓인 ‘깡통 반등’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네트워크 참여가 먼저 살아나야 진짜 상승”
활성 주소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실제 송금과 수취에 참여한 고유 주소 수를 뜻한다. 시장 가격과 달리 실사용 수요와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이 수치가 줄어들면 거래 참여와 자본 순환이 동시에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도 11만6683달러에서 7만1306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며 가격과 온체인 지표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진정한 구조적 상승 구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격 회복보다 ‘네트워크 활동의 재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활성 주소가 늘어난다는 것은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기존 참여자들이 다시 거래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반등은 하락 과정에서 쌓인 숏 포지션이 청산되며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결국 비트코인이 7만 달러를 넘어 신고가를 경신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세 방어를 넘어, 멈춰버린 네트워크의 자금 순환 고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