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행동주의 투자의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미국 주택금융의 상징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을 향해 파격적인 베팅을 제안했다.
현재 주가를 “터무니없이 싸다(Stupidly cheap)”고 규정하며 텐배거(10배 수익)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8년째 ‘정부 관리’라는 족쇄에 묶인 이들 종목이 정책 전환의 변곡점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크먼의 논리 “악재는 반영됐고, 정책은 옵션이다”
애크먼 회장은 30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주가가 극단적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상승 여력이 비대칭적(Asymmetric upsid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하방 위험은 제한적인 반면 정책 변화 시 수익은 폭발적일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현재 두 회사의 주가는 최근 6개월간 60% 이상 급락하며 바닥권을 기고 있다. 하지만 애크먼은 이를 단순한 하락이 아닌 ‘기회의 창’으로 해석한다. 미 주택 모기지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 갖는 본질적 수익 창출 능력에 비해, 정부의 이익 환수 구조와 관리체제 유지가 주가를 과도하게 억눌러왔다는 판단에서다.
18년째 이어진 ‘임시 관리’… 민영화가 승부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관리체제(Conservatorship)에 편입됐다. 이후 발생한 이익 대부분을 재무부가 회수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보통주 투자자들은 사실상 소외되어 왔다.
시장에서는 애크먼의 주장을 ‘정책 이벤트’에 기반한 레버리지 전략으로 보고 있다. 관리체제가 해제되고 재자본화(Recapitalization)가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두 회사는 단순 가치주를 넘어 ‘옵션형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폭발시킬 수 있다.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포트폴리오에 이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점도 이러한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치적 합의 없인 신기루”… 짙은 회의론
반면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정하다. 이들 종목의 운명은 기업 실적이 아닌 워싱턴 정치권의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위해서는 의회와 행정부의 합의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증자가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대폭 희석될 위험도 상존한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주택금융 고문을 지낸 짐 패럿(Jim Parrott)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민영화는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정부가 자본 확충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즉, 기업 가치 분석보다는 정책 결정권자의 의중을 맞혀야 하는 ‘정책 복권’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마지막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차기 행정부의 성향에 따라 주택금융 시스템의 민영화 속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민영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으나 무산된 전례가 있다.
결국 애크먼의 ‘10배 수익’ 주장은 기업 내재 가치에 대한 확신이라기보다, 차기 정권에서의 파격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에 던지는 고위험 베팅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