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뒤를 쫓으며 ‘가장 빠른 블록체인’을 표방해 온 솔라나가 이제는 기술적 우위를 넘어 ‘실질적인 금융 인프라’로서의 지위를 굳히기 시작했다. 솔라나 재단이 기업과 금융기관을 겨냥한 전용 개발 플랫폼을 출시하며, 마스터카드와 웨스턴유니온 등 글로벌 금융 거물들을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가상자산이 투자의 영역을 넘어 결제와 송금이라는 실물 금융의 혈관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모양새다.
금융기관 전용 ‘원스톱’ 플랫폼… 개발 장벽 허물어
25일(현지시각) 솔라나 재단은 기업용 통합 개발 플랫폼인 ‘솔라나 디벨로퍼 플랫폼(Solana Developer Platform·이하 SDP)’을 정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간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노드 운영부터 지갑 관리,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 모듈 구축까지 복잡한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왔다.
SDP는 이러한 허들을 ‘API 통합’으로 해결했다. 20개 이상의 주요 인프라 제공업체의 기능을 한곳에 모아, 기업들이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필요한 금융 기능을 선택해 즉시 배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플랫폼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실물자산(RWA)과 토큰화된 예금을 발행하는 ‘발행 모듈’,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을 실시간으로 오가는 ‘결제 모듈’, 그리고 향후 도입될 온체인 외환 거래(FX) 기반의 ‘거래 모듈’이다.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AI)과의 결합이다. SDP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와 오픈AI의 ‘코덱스’ 등 최신 AI 개발 도구와 호환된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코드를 짜는 단계를 넘어,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최적의 경로로 정산을 수행하고 송금을 실행하는 ‘자율형 금융 서비스’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웨스턴유니온 등 실질 도입 사례 잇따라
이번 발표가 시장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플랫폼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파트너사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카드사 마스터카드는 이미 SDP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직접 정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기존의 복잡한 정산 단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해외 송금망을 보유한 웨스턴유니온도 가세했다. 이들은 기존 송금 서비스에 솔라나의 온체인 결제 계층을 추가해 국경 간 자금 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말콤 클라크 웨스턴유니온 디지털자산 부문 부사장은 “기존 인프라를 전면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온체인 기술을 통해 서비스의 외연을 넓히는 확장 개념”이라며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크립토폴리탄은 “그동안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기술의 혁신’만을 강조했다면, 솔라나는 철저히 ‘기업이 쓰기 편한 도구’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마스터카드 같은 보수적인 금융기관이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는 점은 솔라나의 안정성과 성능이 검증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격화되는 결제 주도권 싸움… ‘온체인 경제’ 대중화 성큼
최근 결제 시장의 흐름은 블록체인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요동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업체 BVNK를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며 기술력을 확보했고, 글로벌 핀테크 강자 스트라이프(Stripe) 역시 브리지(Bridge)를 인수하며 온체인 결제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솔라나 역시 이러한 인프라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트라이프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전용 ‘머신 페이먼트 프로토콜(MPP)’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계와 기계 사이의 결제가 일어나는 미래 경제 생태계에서 솔라나를 표준 통로로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장 지표도 긍정적이다. 솔라나 네트워크의 일일 활성 주소는 최근 500만 개를 상회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탈중앙화거래소(DEX)와 디파이(DeFi)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기관들의 참여까지 가시화되면서 ‘실사용 기반의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캐서린 구 비자(Visa) 가상자산 총괄은 “블록체인이 전통 금융 인프라를 대체하려면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기존 결제망 대비 확실한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며 “기업용 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지가 대중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